arm1 (29K)

In the morning
her arms were sore,
like she had been
trying to fly.

arm (29K)

Fishes & Flying Things
J. R. Carpenter
1995


Slow Media, Thursday 26th March 2015, Bath Spa University, UK

TIMES AND TEMPORALITIES OF THE WEB, 1-3 december 2015, CNRS/Paris-Sorbonne/UPMC, Paris, France

MozFest, 4:30pm-5:30pm, Sunday 30 October 2016, Dilemmas in connected spaces, Floor 6 - 604, Ravensbourne, London, UK

Published in print in Uniformagazine No. 5, Axeminster, UK, Januar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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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핸드메이드’(handmade)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기계가 아닌 손이나 간단한 도구로 만든 물건을 가리킨다. 그 물건은 점토 재떨이처럼 평범하거나 질박할 수도, 고급 수제화 한 켤레처럼 완벽에 가까울 만큼 정교할 수도 있다.

나는 핸드메이드 웹을 소환한다. 특정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에 기대지 않고 손으로 한 줄 한 줄 코딩한 웹사이트, 기업이 아닌 개인이 만들어 유지하고 관리하는 웹사이트, 읽기와 쓰기를 비롯해 편집, 디자인, 소유권, 개인 정보 보호, 보안, 정체성 등을 둘러싼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웹사이트를 가리키기 위해.

핸드메이드 웹은 19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즉 일반에 공개된 이래 주로 학술 분야에서 사용되던 웹이 기업에 잠식되기 전까지 제법 짧은 기간에 융성했다. 물론 ‘핸드메이드 웹’이 이 시기의 웹을 정의하는 최선의 말은 아니다.

넷 아트의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인 올리아 리알리나(Olia Lialina)「버내큘러 웹」(A Vernacular Web, 2005)에서 1990년대 중후반 웹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한다.

이 시기의 웹은 밝고, 풍성하고, 개인적이고, 느리고, 언제나 ‘공사 중’이었다. 갑작스러운 연결과 개인적인 연결이 어우러졌다. 더 빠른 속도와 더 강력한 컴퓨터를 향한 희망으로 가득한 내일의 가장자리에서 수많은 웹사이트가 만들어졌다. (…) 하지만 머지 않아 닷컴의 욕망, 전문 제작 도구, 사용성 전문가들이 설계한 가이드라인이 무화시킬 웹이기도 했다.

그는 음악가 드라간 에스펜시트(Dragan Espenschied)와 1990년대 중후반의 웹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이 가운데 특히 「킬로바이트 시대의 1테라바이트: 지오시티 토렌트 파헤치기」(One Terabyte of Kilobyte Age: Digging through the Geocities Torrent)를 주목할 만하다.

나는 핸드메이드 웹을 소환한다. 잡지, 팸플릿, 아티스트 북 같은 독립 출판 인쇄물과 손으로 만들어진 웹사이트를 연결하기 위해.

1995년 나는 첫 번째 넷 아트 작품 「물고기들과 날아다니는 것들」(Fishes and Flying Things)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콘텐츠를 둘러싼 미술과 책의 기존 관행에서 비롯했다. 작품을 이루는 글은 당시 참여한 설치 미술 전시회에서 발전했다. 나는 이 글을 바탕으로 순환하는 이야기를 쓰고, 소책자에 담았다. 사람들은 책의 마지막 쪽에 이르면 책을 덮고, 읽기를 멈춘다. 책이 작동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웹사이트로 만들어진 온라인 버전에서는 마지막 문장이 다시 첫 번째 문장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이야기는 계속 돌고 돈다. 지금은 전시회를 둘러싼 물리적 추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남은 소책자는 한 권뿐이다. 물론 소책자를 만들 수 있는 쿽 익스프레스(QuarkExpress) 파일은 44메가바이트짜리 사이퀘스트(SyQuest) 디스크에 저장돼 있지만 더 이상 열어볼 수 없다. 하지만 온라인 버전은 핸드메이드 웹으로서 여전히 무리 없이 작동한다.

핸드메이드 웹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즉 인쇄물과 웹사이트가 어깨동무하던 시절에 등장했다. 이 공생관계는 1995년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교(Nottingham Trent University)에 설립된 트레이스 온라인 글쓰기 센터(trAce Online Writing Centre)의 실천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설립 이래 10년 동안 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온라인 글쓰기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센터의 실천을 정리한 첫 번째 결과물은 단순히 워드프로세서와 복사기로 만들어진 소책자였고, 여기에는 수많은 저널과 잡지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들이 실렸다. 센터의 10년을 기념하는 마지막 결과물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트레이스 온라인 글쓰기 센터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인쇄물과 웹사이트, 두 매체를 한데 끌어안았다. 특히 연구자들이 나눈 초기 채팅 기록에서는 글쓰기에서 두 매체를 다루고 혼합하는 방식을 둘러싼 생생한 토론을 엿볼 수 있다. 센터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독창적인 하이퍼텍스트와 하이퍼미디어는 잡지, 팸플릿, 아티스트 북 같은 독립 출판 인쇄물의 지면과 산뜻하게 포개진다. —『트레이스: 트레이스의 예술적 혁신 10주년』(trAces: A Commemoration of Ten Years of Artistic Innovation at trAce), 14쪽.

트레이스 온라인 글쓰기 센터의 흥미로운 점 가운데 하나는 오늘날 우리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맥락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에 전시된 유물은 수도원에서 필사한 원고나 암실에서 현상한 사진 등 전시 공간 밖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센터의 온라인 아카이브에 포함된 수많은 웹사이트는 그것이 만들어진 매체, 즉 웹상에 계속 자리한다. 이를 바라보는 프레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변화하지만 말이다.

독일의 미디어 이론가인 볼프강 에른스트(Wolfgang Ernst)는 「미디어 고고학: 방법과 기계 대 미디어의 역사와 내러티브」(Media Archaeology: Method and Machine versus History and Narrative of Media, 2011)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라디오가 현재의 방송 채널을 탐색하고 송출하기 위해 다시 가동되는 순간, 라디오는 역사적 유물에서 벗어나 감각과 정보를 능동적으로 생성하는 존재로 지위가 바뀐다.” 마찬가지로 최신 웹 브라우저에서 오래된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시간적 역설과 마주한다. 벽지처럼 겹겹이 쌓인 과거의 웹 디자인의 미학이 벗겨지고, 그 아래에서 이전 버전이 드러난다. 저해상도 모니터 화면에 최적화한 웹사이트는 오늘날 화면의 3분의 1도 채 차지하지 않는다. 웹 브라우저를 떠도는 과거의 유령이 자동으로 재생되는 사운드 파일과 함께 페이지 오류, 갈 곳 잃은 하이퍼링크, 깨진 이미지 등과 뒤섞여 있다. 우리가 아닌 다른 독자를 향한 과거의 경고가 즐비하다.

미국의 하이퍼미디어 작가인 M. D. 커버리(M. D. Coverley)의 「고유화한 복잡성」(The Personalization of Complexity, 2001)은 “개인용 컴퓨터가 소유자만 관리할 수 있는 고유화한 개체가 된 방식을 탐구한다.” 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4, 5나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 4 같은 특정 버전의 웹 브라우저가 필요하다.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 6만 하더라도 작품이 제공하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래된 웹사이트는 죽은 웹의 유물이 아니다. 여전히 살아 있는 웹의 지도에 꽂힌 표지판으로서 어제의 웹, 오늘의 웹, 내일의 웹을 안내한다.

나는 핸드메이드 웹을 소환한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뿐 아니라 웹과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우리가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의 기업가이자 작가인 애닐 대시(Anil Dash)「우리가 잃어버린 웹」(The Web We Lost, 2012)에서 이렇게 말했다. “웹 초창기에는 몇몇 대형 웹사이트에 기대는 대신 누구나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고 유지하면서 온라인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널리 퍼져 있었다.”

2015년 2월, 온라인 저널 『쿼츠』(QUARTZ)는 제법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를 발표했다. “『페이스북』(Facebook) 사용자 수백만 명은 자신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기사에서 강조하듯 “이는 단순히 의미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온라인에 접속할 사용자 10억 명의 기대와 행동 양식은 인터넷이 진화하는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4년 10월, 또 다른 온라인 저널 『기즈모도』(GIZMODO)웹 1.0의 대부흥을 예고하는 기사를 발표했다. 이 기사를 쓴 미국의 저술가 카일 체이카(Kyle Chayka)는 이렇게 말했다.

급성장하는 주류 소셜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소음 탓에 오늘날 인터넷은 더 조용하고, 안전하고, 친밀한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 (…) 모든 게 지금보다 더 작고, 친숙하고, 내밀하고, 자기 주도적이었던 초창기 웹에 우리가 향수를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1990년대 중후반 웹의 자기 주도적 미학과 관행은 『틸더 클럽』(TILDE.CLUB)으로 이어졌다. 유닉스(UNIX) 기반 컴퓨터 한 대로 운영되는 틸더 클럽은 “근사한”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한 사람들이 모인 소규모 커뮤니티이자 반사회적 네트워크로, 일부 사람들에게는 웹 1.0의 미학을 현대적 맥락에서 다시 조명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특히 올리아 리알리나는 자신의 공간을 전시장으로 규정하고 넷 아트 작품인 「640×480」을 전시해 관람객을 초대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틸더 클럽은 잠깐 머무는 유행에 불과했다. 많은 페이지가 여전히 비어 있다.

https://tilde.club/~nickc https://tilde.club/~bwalker https://tilde.club/~willy

그럼에도 인터넷에서 웹 1.0의 미학이 사라진 적은 없다. 이 웹 페이지를 포함해 너비가 고정된 <table> 태그를 사용한 내 웹사이트는 1997년 매크로미디어 홈사이트(Macromedia HomeSite)의 템플릿으로 만들어졌다.

웹 1.0의 미학은 ‘아방가르드, 민족 시학(Ethnopoetics), 바깥 예술의 모든 변종에 주목하는 독립적인 자료’를 표방하는 대규모 아카이브 웹사이트인 『우부웹』(UbuWeb)의 소스 코드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2014년 12월 16일, 우부웹의 설립자이자 운영자인 케네스 골드스미스(Kenneth Goldsmith)는 『트위터』(Twitter)에 『우부웹』에 관해 이렇게 자랑했다. “이 빌어먹을 웹사이트는 여전히 1996년에 만들어진 템플릿에서 BB에디트(BBEdit)를 사용해 HTML 1.0 방식으로, 즉 손으로 한 줄 한 줄 코딩된다.”

나 또한 내 웹사이트의 구닥다리 디자인이 더는 근사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업데이트를 미뤄야겠다.

나는 핸드메이드 웹을 소환한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는 반드시 손이 필요하고, 웹사이트 자체가 매뉴얼이나 핸드북으로 기능한다는 점에 주목하기 위해.

이제껏 웹 페이지는 대개 데스크톱 또는 랩톱 컴퓨터에서 읽혀왔다. 독자는 웹 브라우저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해 ‘페이지 소스 보기’를 선택하고, 소스 코드를 살펴본 뒤 마음에 드는 구절을 복사하고, 붙여 넣고, 편집하고, 다시 쓸 수 있다. 이렇게 독자는 저자가, 소비자는 생산자가 된다.

2015년 2월, 미국의 프로그래머 매슈 로스버그(Matthew Rothberg)는 구글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검색하는 웹사이트인 「언인덱스트」(Unindexed)를 발표했다. “이 웹사이트는 하루 종일 구글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검색하고, 검색 결과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자신을 완벽하게 삭제한다.” 이 웹사이트는 구글에 검색되기 전까지 22일 동안 살아남았고, 그 뒤에는 영원히 사라졌다. 이후 그는 『깃허브』(GitHub)에 웹사이트의 소스 코드를 공개했다. 즉,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를 포함한 누구나 구글의 검색 결과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자신을 삭제하는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한편, 이제껏 많은 사람이 미국의 시인인 닉 몬포트(Nick Montfort)「타로코 협곡」(Taroko Gorge, 2008)의 소스 코드를 다시 써왔다. 이는 그들에게 컴퓨터로 텍스트를 ‘생성하는’ 짜릿한 첫 경험이었다.

나는 「타로코 협곡」을 세 번이나 다시 썼다. 첫 번째 결과물인 「협곡」(Gorge, 2010)은 컴퓨터로 생성된 음식, 소비, 퇴폐, 욕망에 관한 시적인 역설을 끊임없이 뿜어낸다. 나는 핸드메이드 웹과 인쇄물의 밀접한 관계와 함께 「협곡」의 결과물과 소스 코드를 발췌해 『세대[들]』(GENERATION[S], 2010)에 실었다. 지금 이 책은 PDF 파일로만 남아 있다.

나는 핸드메이드 웹을 소환한다. 몸, 즉 신체성에 주목하기 위해.

영국의 미술가 대니얼 이톡(Daniel Eatock)「1마일 스크롤」(One Mile Scroll, 2008)에서 손이 수행하는 작업을 생각해보자. 화면 상단에 덴버, 마일 하이 시티, 할아버지 무덤 같은 장소가 드러나고, 다른 장소를 보기 위해 사용자는 끊임없이 손가락을 움직이며 스크롤하고 스크롤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작품은 온전히 손을 통해 작동하고, 그렇게 웹 브라우저 속 가상 공간의 길이는 실재하는 물리적 거리로 탈바꿈한다.

한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같이 언제나 손에 쥐고 사용하는 핸드헬드(hand–held) 기기는 역설적으로 우리를 핸드메이드 웹과 더욱 멀어지게 했다. 미디어 고고학 연구소(Media Archaeology Lab, MAL)의 설립자인 로리 에머슨(Lori Emerson)은 2014년 「읽기 쓰기 인터페이스: 디지털에서 책 제본으로」(Reading Writing Interfaces: From the Digital to the Bookbound)에서 이렇게 적었다. “아이패드는 사용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작동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또는 이와 비슷한 모바일 기기에 탑재된 웹 브라우저상에서 사용자는 자신이 열람하는 웹사이트의 소스 코드를 살펴볼 수 없다. 아이패드는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에 쉽게 접근하는 도구로는 유용하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도구로는 쉽게 사용할 수 없다.

나는 핸드메이드 웹을 소환한다. 오늘날의 웹을 향한 또 다른 저항으로서 ‘느림’과 ‘작음’을 제안하기 위해.

오늘날 웹은 다국적 기업, 독점 애플리케이션, 읽기 전용 기기, 검색 엔진 알고리즘,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 Management System, CMS), 위지위그(WYSIWYG,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에디터, 디지털 퍼블리셔 등과 함께 상업화를 향한다. 이때 컴퓨터 언어를 다루는 일, 즉 코딩이 자기 주도적인 글쓰기인 점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온라인 작품 또는 출판물로서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하고 유지하는 일이 느닷없이 급진적인 행위가 되고 있다.

오늘날 웹은 독점적이고, 약탈적이고, 음란한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럴수록 나는 웹을 더욱 시적이고, 비타협적으로 사용하는 데 전념하려 한다.

한국어 번역: 민구홍(Min Guhong), 2023년 7월.

J. R 카펜터(J. R. Carpenter), 2015년 3월.

adz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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